외식업의 지름길
외식업은 이것만은 해야 안 망한다
사업의 본질을 다각도로 볼 필요가 있다. 식당을 운영한다고 해서 음식 사업만을 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1980년대 후반 삼성 이건희 회장이 신라호텔 한 임원에게 물었다고 한다. “호텔 사업의 본질이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그 임원은 ’서비스업‘이라 답했고, 이 회장은 수긍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후 그 임원은 해외 유명 호텔을 벤치마킹하면서 호텔 사업의 본질에 대해 연구하기 위해 시작했다. 그는 돌아와 호텔 사업은 ’장치 산업과 부동산업‘에 가깝다고 보고했다. 이 회장은 그때 서야 장치산업이자 부동산업으로서 호텔 발전 방향에 대해 구체적인 전략을 논의하라고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이 회장은 업의 개념을 통해 해당 사업의 특성과 핵심 성공 요인을 정확히 파악해 그에 맞도록 세우는 사업 전략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외식업의 본질은 무엇이 가까울까? 외식업은 제조업과 서비스업이 결합된 사람 사업에 가깝다고 본다. 주방 공간은 제조업의 영역이고, 홀 공간은 서비스업의 영역이다. 이 모든 것을 실행하는 것은 사람이다. 제조업에서 중요한 것은 동일한 제품을 일정 품질 이상으로 규칙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이다. 서비스업에서 필요한 것은 고객을 잘 응대할 수 있는 능력이다. 신속하고, 친절하며 이해심 있게 고객의 마음을 잘 읽어 낼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 주방 내에서는 주문받은 음식을 기준에 맞춰 잘 만들고, 홀에서는 멋진 서비스를 통해서 고객이 만족한 식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로 식당의 이상적 모습이다.
정교한 규칙성이 있어야 한다
제조업의 기본 특성은 규칙성에 있다. 오래된 식당일수록 규칙성 있게 운영하고 있음을 볼 수 있고 성공한 패턴을 규칙적으로 실행하는 사장님은 성공 확률이 높다. 사소한 것처럼 보이는 성공 패턴이 반복되면 성과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효과가 있다. 식당을 운영한다는 것은 지루해 보이지만 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일이다. 꾸준함을 당해 낼 수 있는 것은 이 세상에 없다. 몇 년에서 길게는 수십 년 동안 이어진 규칙성이라는 무기는 생각보다 강력하다. 일반적으로 식당에서는 접객 인사 → 자리 안내 → 주문 → 조리 → 제공 → 만족도 확인 → 퇴점 인사. 접객을 하는 데 7단계를 거친다. 식당은 톱니바퀴가 이어진 시계 부속처럼 정교하게 돌아가야 효율이 극대화된다.
공간 설계 효율성을 가져라
효율적인 공간 설계는 제조업의 시작이다. 주방은 직원이 일하기 가장 편리한 방향으로 설계해야 한다. 맥도날드 창업과 성장 스토리를 다룬 영화 ’파운더‘에서 초기 주방 구조를 설계하는 장면은 상당히 극적이다. 운동장에 선을 그어 놓고 직원들이 각 영역에서 음식을 만드는 역할을 하면서 생산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주방 구조를 설계한다. 실제로 음식을 만들고 서빙하기 위해 이동하는 직원의 동선을 그려가며 공간을 설계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주방이 깨끗해야 하는 건 기본이며, 직원들끼리 서로 부딪히지 않게 설계해야 한다. 업종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주방은 식당 전체 면적의 3분의 1 정도가 적당하다.
원재료 관리에 충실하라
제조업에서 원재료 관리는 중요한 관리 포인트다. 식당에서 식자재를 들여온 순서대로 쓰는 ’선입 선출‘은 기본이다. 문제는 식재료는 생물이라 사실 매번 똑같은 상태로 들어오질 않는다는 것이다. 가능하면 표준 사이즈로 같은 크기를 고르려고 하지만 쉽지는 않다. 계절이나 기후에 따라 식재료 상태는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손님은 항상 일정한 맛을 기대한다. 따라서 적정 레시피와 일정한 양, 조리 기술을 통해 평균 이상의 맛을 구현해 내야 한다. 식재료 보관 공간을 너무 크게 가져가지 말자. 재고는 돈이고, 못 쓰면 다 버린다. 유통기한 내에 쓸 수 있어도 오래된 식재료를 많이 쓰면 음식 맛은 당연히 떨어진다.
큰 냉장고는 망하는 지름길
냉장고에 보관하는 식재료는 하루에 필요한 양의 1.5배는 넘지 않게 다소 타이트하게 가져갈 필요가 있다. 식당 운영 경험이 적을수록 초기에 재고를 과도하게 가져가는 경향이 있다. 매출이 터질 것을 기대하는 마음도 있지만 몸이 편하기 위한 부분도 있다. 재고가 많으면 마음은 편안하지만 식재료를 낭비하는 경향이 있다. 곰탕의 전설은 매일 500그릇만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탕을 더 끓이지도 남기지도 않고, 끓인 만큼만 팔면 문을 닫는다. 전주 완산구에 유명한 콩나물국밥집인 역시 하루 300그릇만 팔면 마감한다고 한다. 이런 유명 맛집들이 메뉴의 판매 수를 제한하는 것은 마케팅의 하나로 볼 수 있지만, 식재료의 품질 관리 목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