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사각지대에 파고든 아이디어

kimjoow0n11 2025. 1. 21. 23:30

요즘 10대가 뉴스를 보는 법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던 중 폭설에 갇힌 적이 있어요. 현장에 설치된 지도는 눈에 가려졌고 휴대폰은 먹통이었죠. 두려움이 닥쳐온 순간, 저보다 앞서간 사람이 눈 위에 새긴 화살표를 발견했어요. 그때 결심했어요. 혼란스러운 세상에 이정표를 제시하는 사람이 되겠다고요.“
’화살표‘ 같은 사람이 되기로 했다. 아나운서 시절 난민이나 야생동물 같은 사회의 사각지대를 보도했고, 무턱대고 가상화폐에 투자하는 친구들이 안타까워 블록체인 전문 기자로 활동했다. 현재는 숏폼 플랫폼 틱톡에서 IT 정보를 쉽게 풀어 설명하는 콘텐츠를 공유한다. 론칭 1년 만에 총 조회 수 10억 회를 달성했다. 다음 화살표는 어디를 향하고 있을까. ‘틱톡 선생님‘ 뉴즈의 김가현 대표를 만났다.

 

틱톡 콘텐츠는 자극적이라는 편견 깬 스타트업


뉴즈는 뉴미디어 스타트업이다. 숏폼 플랫폼 틱톡을 중심으로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인공지능, 블록체인 같은 어려운 용어를 쉽고 직관적으로 설명하는 콘텐츠로 Z세대의 휴대폰 속 선생님으로 등극했다. 팔로워는 19만명에 달한다. 콘텐츠의 성공을 토대로 크리에이터 양성 사업에 뛰어들었다. 현재 틱톡 공식 1호 숏폼 교육 MCN ‘메인지스’를 운영하고 있다. 방송인이나 유명 지식인뿐만 아니라 청담동 헤어 디자이너, 의사 등 각 분야의 전문가가 크리에이터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 크리에이터를 발판으로 브랜디드 콘텐츠나 IP 활용 비즈니스까지 펼치는 중이다.
뉴즈는 2021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관하는 ‘클린콘텐츠 캠페인 공모전’에서 대상과 장관상을 받았다. 선정적인 콘텐츠가 많은 숏폼 플랫폼에서 건전한 정보성 콘텐츠로 주목받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다.

3등급 받던 고등학생에서 외신이 인용하는 기자


마음먹은 것은 꼭 해내는 투지가 있었다. “고등학교 1학년 때만 해도 3~5등급 받던 평범한 학생이었어요. 어느 날부터 연세대가 너무 가고 싶은 거예요. 친구들과 선생님은 ‘네가 어떻게 거길 가냐’는 반응이었는데 기어코 해냈죠.” 연세대학교 신학과에 입학한 후에도 버킷 리스트를 하나씩 실현해나갔다. “음치지만 밴드부 보컬로 출제 무대에 섰고, 연기를 못하지만 연극동아리에서 활동했어요. 재주가 없이도 하고 싶으면 일단 도전해야 직성에 풀렸거든요.”
대치동에서 신촌까지 기나긴 등하굣길은 언론인이라는 꿈의 토양이 되었다. “학교를 오가는 대중교통에서 종이신문을 읽었는데요. 이 습관이 점점 ‘시사를 현장에서 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열망으로 번겼어요. “전남 CBS 아나운서를 시작으로 KBS 연출, IT 매체 기자 등 언론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다.
언론인은 그의 친직과 같았다. “학창 시절부터 앞장서서 올바른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는 사명을 지니고 있었어요. 2018년에 주변 친구들이 말도 안 되는 이유로 가상화폐에 투자하는 모습을 봤어요. 제대로 된 정보를 전달하려 블록체인 미디어에 입사했어요. 제 전략은 ‘전문가의 입’을 빌리는 것이었습니다. “바이낸스 창업자 자오창펑, 링크트인 공동 창업자 에릭 라이, 테크크런치 공동 창업자 마이클 해링턴 등 블록체인, IT 분야를 대표하는 인물을 단독 인터뷰했다. 미국의 유명한 암호화폐 전문 미디어인 에서 그의 기사를 인용할 정도였다. 2019년 블록체인 업계에서 선정한 최고의 기자상을 받았다.

케이팝의 제왕보다 높은 조회수 찍은 콘텐츠의 비결


단단하게 경력을 쌓아 나갔지만 해소되지 않는 아쉬움이 있었다. “IT 기사 독자 대부분이 3050 남성에 국한됐습니다. 아쉬웠어요. 이 분야에 정통하면 좋은 기회를 빨리 잡을 수 있는데 많은 분이 기회를 놓치고 있는 거잖아요.”
텍스트로 어려운 기술 정보를 전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저만 해도 ‘블록체인’, ‘인공지능’ 같은 단어가 헤드라인에 걸려 있으면 재미없을 것 같아요. 이런 단어가 주는 위압감이 진입장벽 역할을 하거든요.” 영상으로 눈을 돌렸다. 유튜브 콘텐츠를 만들 여력은 안 될 것 같아 망설이니 틱톡 크리에이터 활동하는 친구가 제안했다. “짧은 영상 플랫폼에서 부담 갖지 말고 한번 시도나 해봐.”
친구의 조언은 뜻밖의 가능성으로 이어졌다. “첫 영상으로 블록체인을 쉽게 설명하는 콘텐츠를 올렸어요. 올리자마자 조회 수 1만 건을 기록했어요. 그다음에 올린 ‘SNS에서 프라이버시 지키는 꿀팁’은 그야말로 대박이 났어요. 순식간에 틱톡 주간 조회 수 톱 4위로 올랐죠.” 5위는 유명 가수이자 프로듀서 박진영 씨 계정에 올라간 콘텐츠였다. 이때 짧은 형식을 ‘춤추고 노래하는 콘텐츠 위주의 플랫폼’으로 여겼던 생각에 균열이 갔다. IT 정보 콘텐츠가 케이팝의 제왕보다 더 많은 관심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를 더욱 놀라게 한 건 시청자들의 반응이었다. “ ‘전혀 몰랐는데 알려줘서 고마워요’ 이런 내용의 댓글이 5천 개 이상 달렸어요. 틱톡의 주요 이용자인 Z세대가 결코 IT, 기술 소식에 관심이 없는 게 아니었어요. 그보다는 이 친구들의 눈높이에 맞춰 맥락을 차근차근 설명하는 콘텐츠가 부대했던 것에 가까웠던 거죠.”
소식이 알려지자 주변에서 먼저 창업을 권했다. “ 일 욕심은 많았지만 창업을 생각해 본 적은 없었어요. 그런데 미래학자인 정지훈 박사님께서 법인화를 제안하셨어요. 망설이던 와중에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분들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어요. 본인 역시 유명 크리에이터인 EO 스튜디오의 김태용 대표님이 투자 의향을 밝히셨어요.” 용기를 얻어 2020년 3월에 뉴즈 법인을 설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