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포항공대 출신이 이룬 일

kimjoow0n11 2025. 1. 22. 02:00

연 20% 대출이자라니! 포항공대 출신 은행원이 벌인 일 

 

자금이 급한 이에게 대출은 오아시스와 같다. 하지만 대출이자가 너무 높은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 지속된다면, 대출은 족쇄가 된다. 제1금융권 문턱을 넘지 못한 이들은 이자가 두 자릿수인 저축은행, 캐피탈, 카드론 등 제2금융권 문을 두드리거나 사채를 써야 하는데, 최악의 경우 대출 돌려막기에 허덕이게 될 수도 있다.
신용에 따라 대출금리차가 극과 극인 ‘금리 절벽’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나선 스타트업이 있다. 국내 최초로 ‘중금리 대출’을 시작한 핀테크 기업 8퍼센트다. 제1금융권 은행원 출신인 이효진 대표를 만나 중신용자에게 주목한 이유를 물었다.

 

국내 최초로 중금리 대출 시작한 P2P 금융 서비스


8퍼센트는 자금이 필요한 개인이나 사업자를 다수의 투자자와 바로 연결하는 P2P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 온라인으로만 거래해 운영비, 인건비, 임대료 등을 아낀 만큼 대출이자를 낮췄다. 투자자들엑게는 연평균 8~10% 내외의 수익 제공을 목표로 한다.
2021년에는 상 등록 요건을 갖춘 온라인 투자 연계 금융업자로 최초 등록했다. P2P 금융 업계에서 처음으로 제도권에 편입된 것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금융당국에 정식으로 등록된 8퍼센트 같은 플랫폼을 통해 더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게 되었다.

 

은행을 퇴사한 포항공대생이 창업을 결심한 이유


이 대표는 스스로 ‘수학을 전공한 수학 포기자’라고 소개했다. 포항공대에서 수학을 전공했다. “수학은 아름답고 멋진 학문입니다. 그 매력에 빠져 전공으로 택했는데, 막상 공부해 보니 이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친구들이 너무 많더라고요.” 한때 수학자라는 꿈을 품었지만 아무리 봐도 자신의 길이 아니었다.
졸업 후 바로 우리은행에 취업했다. “제가 취업했던 2006년엔 금융공학이 주목받고 있었습니다. 수학 전공자들이 금융 업계로 많이 진출한 덕에 어렵지 않게 은행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죠.” 2년 정도 창구에서 고객 상담 일을 하다가 본점으로 넘어가 트레이딩, 리스크 모델링 업무 등을 했다.
여느 대기업 직장인과 다를 바 없는 삶을 살았다. 하지만 “삶의 의미”를 자문하게 되는 상황에 부딪혔다. “가까운 가족의 상을 치른 후 ‘삶이란 무엇일까’ 생각해 봤어요. 은행원으로 시작해 임원까지 되었다가 퇴직하는 최상의 시나리오를 떠올렸는데도 ‘이렇게 살다 떠나면 후회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안정이 보장된 삶이 아니더라도 인생을 걸고 뛰어들 만한 일을 하고 싶었죠.” 의미 있는 일을 찾아보자고 결심하고 2014년 5월에 회사를 관뒀다.
당장 새 일에 뛰어들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오랜만에 만난 지인의 말에서 창업의 단서를 얻었다. “해외에서 P2P 대출 비즈니스가 주목받고 있다‘는 친구의 말이 실마리가 됐어요. 친구가 스치듯 한 말에 밤새 포털 사이트를 검색했습니다. 여러 정보를 접하다 보니 은행원 시절 만난 고객들이 떠올랐어요. 대기업에 재직 중인데도 개인 사정으로 제1금융권의 문턱을 넘지 못해 금리가 20%나 되는 대출상품을 쓰는 분이었죠. 사회 초년생 때 중고차를 사기 위해 연이자 18%짜리 금융 상품을 쓰는 친구도 있었어요.” 대출 시장에는 말 그대로 ’중간‘이 없었다.
금리 격차는 큰 이유를 분석했다. “ 저금리를 제고하는 1금융권 입장에서는 위험을 감당하는 게 부담스러워요. 저축은행이나 캐피탈, 대부업체는 영업비용, 광고비 등에서 발생하는 유통 수수료가 높은 편이라 대출금리가 높을 수밖에 없죠.” 투자자와 대출 수요자를 바로 연결한다면 점포 임대료, 인건비 등의 구조적 비용을 아껴서 대출금리를 낮출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업 초기 사이트 폐쇄, 위기 딛고 활개


저금리도 고금리도 아닌 ’중금리 시장‘을 개척하자고 결심했다. 2014년 11월, 8퍼센트를 설립했다. 시작은 소소했다. “낯선 사람에게 온라인을 통해서 돈을 빌려준다는 게 아주 생소한 개념이잖아요. 빌려준 돈이 떼이지 않을까 걱정도 될 테고요. 그래서 처음엔 힘을 빼고 시작했어요.”
간결한 홈페이지를 만든 후 SNS에 홍보 글을 올리고 지인들에게 공유해달라고 부탁했다. “첫 상품은 중신용자를 겨냥한 한도 500만원, 금리 8%의 개인신용대출 상품이었어요, 당시 자동화 프로세스가 없어서 투자자와 대출 신청자를 일일이 직접 매칭했습니다.” 이후 비슷한 규모의 상품을 일주일에 하나씩 올리며 몸집을 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