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실리콘밸리로 떠난 세 청년

kimjoow0n11 2025. 1. 24. 00:35

실리콘밸리로 떠난 세 청년

 

실리콘밸리로 떠난 세 청년이 바지 주머니에서 발견한 것

 

라이너 아이디어는 김진우 대표의 바지 주머니에서 출발했다. “김 대표는 항상 읽을거리를 찾는 활자 중독자예요. 청바지에 형광펜을 꽂고 다니며 읽은 내용에 밑줄 긋는 게 습관이죠. 인터넷에는 형광펜 역할을 하는 툴이 없어서 아쉬웠데요. 직접 만들고 싶었지만 사소한 문제인 것 같아 사업화에 의문이 들었다고 합니다.”
사소한 불편함에 보편적인 문제의식을 접목하니 큰 아이디어가 보였다. “어느 순간부터 검색엔진이 불편하게 느껴졌어요. 예컨대 ‘머신러닝’이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20억 개의 정보가 쏟아집니다. 일일이 찾아보기엔 방대한 양이죠. 고심해서 고른 웹 페이지에서 내가 찾는 정보가 없을 확률도 높습니다. “만약 평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정보를 ‘온라인 형광펜’으로 하이라이팅하고, 정보를 한데 모아 볼 수 있다면 그렇게 쌓은 이용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검색엔진에서 필요한 정보만 보여준다면 ‘초개인화 정보 큐레이션 플랫폼’ 아이디어는 그렇게 탄생했다.

 

글로벌 진출의 키, 습관을 관찰하라


중요한 대목을 표시할 ‘인터넷 형광펜’부터 만들기로 했다. 일주일 만에 앱을 개발한 후 시장 반응을 살폈다. “하이라이트 기능과 하이라이트란 부분을 한데 모아주는 기능만 갖춘 단순한 형태였어요. 처음엔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출시하자마자 하루 만에 400건이 내려받게 됐어요. 가능성을 발견했죠.”
글로벌 진출을 목표로 했기 때문에 초기부터 해외 이용자들의 반응을 살폈다. “구글, 애플의 개발자들이 모여 있는 실리콘밸리의 스타벅스 같은 장소에서 가서 불특정 다수에게 저희 서비스를 보여주고 사용을 권했습니다. 정보통신 분야 종사자들이라 그런데 아주 상세하게 살펴보고 후기를 말해주더군요.”
언어 못지않게 중요한 건 해외 사용자들의 읽기 습관이었다. “대중교통을 자주 이용하는 한국인들은 버스, 지하철 등에서 모바일로 긴 텍스트를 읽습니다. 하지만 땅이 넓은 미국에서는 직접 운전해서 이동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모바일로 긴 텍스트를 접할 일이 별로 없어요. 모바일보다는 PC로 긴 글을 읽더라고요.” 미국 이용자들이 PC를 하면서 사용할 수 있게 아리너의 웹 브라우저 확장 프로그램도 개발했다.
관찰과 분석을 토대로 서비스를 다듬어나갔다. “이용자들의 사용 습관을 분석했어요. 구글 검색 결과 못지않게 유튜브 제목을 하이라이팅하는 이용자가 많더군요. 유튜브로 정보를 검색하는 사람이 많아진 영향이었죠.” 영상 하이라이팅 기능을 추가했다. 포맷을 확장해 이미지와 PDF 파일도 강조할 수 있도록 구현했다.

 

형광펜으로 출발해 지식인들의 아고라로 확장


강조 툴로 출발해 정보 큐레이션 플랫폼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효율적으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도록 ‘검색 보조 기능제공하기 위해 위해 시작했다. “구글에서  특정 검색어를 입력하면 이용자가 그동안 밑줄 그은 내역을 분석해서 이용자가 흥미를 가질 만한 정보만 표시해 줍니다. 같은 검색어를 입력해도 이용자에 따라 노출되는 정보가 다를 수밖에 없죠.” 이용자가 찾는 내용에 부합하는 정보만 필터링해 주는 기능도 있다. “물론 구글도 중요도에 따라서 검색 결과를 나열합니다. 라이너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중요한 페이지만 보여주고 그중에서도 중요한 문장을 표시합니다.”
사회관계망서비스 요소도 더했다. “알 수도 있는 사람을 추천하고, 강조한 부분을 친구에게 즉각적으로 공유할 수 있어요. 메신저를 통해 웹 페이지 링크나 캡처 이미지를 주고받아야만 했던 수고를 덜어주죠.” 하이라이팅한 정보들은 폴더별로 정리할 수 있다. 추후 폴더 기능에 커머스 요소까지 더할 구상이다. 일론 머스크 같은 유명 인사가 평소 강조한 내용을 비용을 지불해서 엿볼 수 있는 식이다.

 

이용자의 흔적이 초개인화의 출발점입니다.


‘개인화’를 넘어 ‘초개인화’를 지향한다. “구글 검색에 대한 피로도가 쌓이면서 실리콘밸리에서 새로운 검색엔진을 구축하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유튜브도, 알고리즘도 완전하다고 볼 수는 없어요.
요리 콘텐츠를 보면 요리와 관련된 영상만 추천하니까 이용자가 되레 알고리즘을 이용해서 추천 내용을 전환하는 경우도 많아요. 이용자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해서 필요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고 싶습니다.”
그동안 인터넷 형광펜, 커뮤니티 등으로 라이너 세계관의 밑그림을 보여줬다면 이제는 큰 그림을 제시할 차례다. “약 5년간 누적한 하이라이팅 데이터를 토대로 초개인화 추천 모델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쉽진 않지만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어요. 궁극적인 목표는 초개인화 검색엔진을 개발하는 것입니다. 시의적절한 정보 추천과 정확한 검색,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합니다. 사람들의 마음과 생각을 읽는 서비스가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