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들이 이야기하는 착각
공무원이 성공 인생이라 착각하지 말라
불안정한 고용시장에서 안정적인 공무원 열풍이 불고 있다. 월급은 적지만 정년이 보장되고 퇴직 후 연금을 받으며 편안하게 살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너도나도 공무원 시험에 뛰어들고 있다.
해마다 45만 명의 사람이 몰려들어 진풍경을 이룬다. ‘공무원을 만나 결혼하면 인생 핀다’는 말부터 ‘장래 희망이 공무원’이라는 말까지 공무원에 대한 사랑이 식을 줄 모른다. 정말 공무원이 그만한 매력이 있고 가치가 있는 것일까? 공무원만이 이 시대의 정답지일까? 막상 그들 속에 들어가 보면 마냥 편하지만은 않다.
부부 공무원 S와 M이 있다. 그들은 교육행정 8급 공무원으로 아내는 3년째, 남편은 5년째 근무하고 있다. 이들 부부의 월 급여 실지급액은 아내가 145만 원, 남편은 160만 원이다. 그마저도 신혼집 때문에 대출을 받고 아내가 육아 휴직을 하면서 실제 쓸 수 있는 금액은 135만 원이다. 이 돈으로 월세, 관리비, 보험료, 공과금, 생활비 등을 써야 한다. 곧 태어날 아이까지 생각하면 세 가족이 생활하기에 굉장히 빠듯한 살림이다.
주위 사람들은 “공무원 연금이 있지 않느냐”며 부러워한다. 하지만 그건 나중 문제다. 지금 당장 먹고살기가 힘든데 ‘노후에는 행복할 거야’라고 위로할 수 있겠는가? 공무원은 투잡도 할 수 없어 더 막막하기만 하다.
중학교 선생님인 K는 학교 선생님이 된 걸 후회한다. 안정적인 직장이면서 방학도 있어 남들의 부러움을 안고 있지만 K는 “몰라서 하는 소리”라며 혀를 내두른다.
물론 연금을 받으며 편안하게 사는 것도 좋다. 그러나 도전하지 않는 삶은 재미가 없고 안정적이지만 부자가 될 수 없다. 9급 공무원은 30년에 근무를 해야 연금으로 월 102만 원에서 122만 원을 받는다고 한다. 급수가 높을수록 연금은 올라가겠지만 그만큼 연금만을 바라보며 30년을 투자하기엔 금액에 비해 시간이 너무 아깝다. 그 시간에 내가 하고 싶은 DFL에 투자했다면 30년 뒤 즐겁게 일하면서 연금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다.
공무원이 됐다고 인생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자칫 생각 없이 살아가는 조직형 인간이 될 수 있다, 많은 공무원은 정부라는 든든한 버팀목이 있기 때문에 그저 자리를 보전하는 것에만 급급하다. 전문기술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다 보니 힘들게 도전하지 않아도 된다. 일반 기업의 경우에는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해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공무원은 관료적인 체제를 유지하기를 원한다. 새로운 변화에 익숙해지는 것도 힘들게 변화되지 않아도 불이익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배울 수 있는 기회도 줄어들고 그 자리에서 맴돌게만 된다. 막상 퇴직하면 갈 곳을 잃고 헤매게 되는 것이다.
결국 조직은 떠나야 한다
때로는 고개를 숙일 줄도 알아야 하고 차디찬 냉대도 견뎌내야 하는 순간이 온다. 그러나 공무원은 ‘갑’의 입장에서만 살아왔기 때문에 적응하기가 더욱더 힘들다.
고위직 공무원으로 30년 동안 승승장구하면서 승진 가도를 달려왔던 L 씨, 늘 대접받는 생활을 하다가 퇴직하면서 한순간에 모든 것이 사라지자 허무해졌다. 은퇴하면 연금을 받으며 운동을 하고 소일거리를 하며 자유롭게 살겠다던 생각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은퇴 증후군에 시달리고 있다. 매일 집에 있을 때마다 가족들의 눈치가 보이고 밖을 나가면 아는 사람을 만날까 봐 두렵다. 우연히 아는 사람이라도 만날라치면 슬쩍 자리를 피해버린다. “요즘 뭐 하고 지내냐?”는 질문이 가장 두렵다는 L 씨는 누가 볼까 봐 쓰레기를 버리러 갈 때도 밤늦은 시간을 택한다.
고위관리직에 있을 때는 지시만 내리면 됐는데 막상 나오니 할 줄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동료 중에는 현직에 있을 때부터 준비하더니 퇴직 후 본격적인 강연가로 활동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자신은 집에서 TV 채널만 돌리는 것 외에 딱히 할 일이 없다. ‘이럴 줄 알았으면 미리 준비할걸’ 후회해 보지만 이미 늦었다.
공무원으로 일하건 대기업에서 일하건 결국 조직을 떠나야 할 때가 온다. 퇴직 후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면 생계유지를 위해 폐지를 줍든, 경비 일을 하든, 무슨 일이든 해야 한다. 그게 싫다면 미리 준비해야 한다. 내 인생의 5년, 10년 후를 생각하며 무엇을 하면서 평생을 살지 계획하고 차근차근 탑을 쌓아야 한다.
P는 대학교 컴퓨터공학과 졸업반이다. 컴퓨터 프로그래머 쪽으로 진로를 생각하며 공부를 해왔다. 그런데 부모님은 스물일곱은 적지 않은 나이라며 취업이 쉽게 되지 않을 거라고 말한다.
“현실을 직시해. 컴퓨터 프로그래머? 요즘 그걸로 제대로 밥 벌어먹고사는 줄 아니? 여자가 하기에는 힘든 일이야. 그냥 공무원 공부나 해.”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부모님은 막무가내다. 공무원이라고 무조건 좋은 것도 아니고 적성에 맞아야 일이 즐거운 건데 부모님은 현실을 운운하며 이상에서 그만 빠져나오라고만 말한다. P는 ‘취업난’이라는 현실에 맞닥뜨리면서 부모님 말을 따라야만 하는지, 자신의 꿈을 좇아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다
공무원은 아무런 스트레스도 없고 ‘매일 정시 퇴근 보장에 안정적인 삶을 살 것’이라는 것은 착각이다. 그것도 보직이 어떠냐에 따라서 다르고 급수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그것도 보직이 어떠냐에 따라서 다르고 급수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공무원도 사람과 일하는 곳인데 당연히 싫은 사람도 있을 것이고 스트레스받는 것도 마찬가지다. 30년 어떻게 잘 견디느냐에 따라 안정적인 연금을 받을 수 있지만 그러기 위해서 버려야 할 시간이 너무나도 길다. 이제는 공무원만 되면 성공한 인생이라는 착각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진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