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금 4,200만원 들고 실리콘밸리로 떠난 한국 청년들
불자들은 소원 성취를 위해 108배를 올린다. 3명의 한국 청년은 글로벌 진출이라는 목표를 위해 108개의 아이템을 가지고 실리콘밸리로 떠났다, 월 최대 1천만 명이 사용하는 정보 큐레이션 플랫폼 라이너를 개발한 스타트업 아우름 플래닛 이야기다.
픽사 창업자 에드윈 캐트멀, 트위터 공동 창업자 비즈 스톤, 넷플릭스 부사장 된 가필드 같은 유명 글로벌 리더가 라이너의 구독자다, 한국 청년들은 어떻게 해외 이용자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 우찬민 대표를 만나 글로벌 서비스 개발기를 들었다.
정보의 호수 속에서 맑은 샘물만 떠나 주는 서비스
라이너는 모바일 앱과 웹 브라우저 확장 프로그램이다. 서비스는 크게 세 축으로 이루어져 있다. 첫 번째는 일종의 형광펜 기능인 ‘하이라이트’다. 웹 페이지나 PDF 파일 등에서 접한 텍스트, 이미지, 영상 등을 하이라이트로 수집하고, 수집한 정보들을 한데 모아서 볼 수 있다. 두 번째는 검색 보조 기능이다. 검색엔진에서 특정 검색어를 입력하면 이용자의 하이라이트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차례 거른 정보를 표시해 준다. 이용자가 관심 가질 만한 정보를 먼저 추천해 주기도 한다. 세 번째는 커뮤니티다. 이용자끼리 빠르게 하이라이트를 공유할 수 있다. 존경하거나 관심 가는 인물의 계정에 가서 그들의 하이라이트도 엿볼 수 있다.
영어, 한국어, 일본어, 중국어 4개 국어로 서비스 중이다. 이용자의 90% 이상이 해외 이용자익고, 그중 50% 이상이 미국인이다. 긴 호흡의 텍스트를 즐겨 읽는 이들이 주요 타깃이라 대학원생이나 연구자는 물론 의사, 변호사 같은 전문 직종 종사자들이 즐겨 찾는다.
해외 진출, 번역이 능사는 아니었다.
도전과 모험이 가득한 RPG 게임을 좋아하는 아이였다. 연세대학교 진학 후 한결같이 사업자를 꿈꿨다. “언젠가 나만의 비즈니스를 하겠다는 생각을 품고 살았어요. 전역 후 복학하고‘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나’ 고민하던 중 선배가 솔깃한 제안을 했어요. 연세대, 고려대 연합 창업학회에 가입하라는 권유였죠.” 여러모로 삷의 전환점이 된 기회였다. 무엇보다 마음이 잘 맞는 친구를 만났다. 바로 아우른 플래닛을 함께 창업한 김진우 대표였다. 그는 현재 미국 자회사인 LINER,Inc.의 대표다. “김 대표와 학회에서 만나 여러 공모전에 참여했어요. 삼금을 탄 적도 있었죠. 그렇게 합을 맞춰 나갔습니다.”
2012년에 아우름. 플래닛을 설립하고 첫 사업에 도전했다. “첫 아이템은 미술 작가들을 위한 플랫폼이었습니다. 싸이월드의 미술 작가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작가들이 자력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시작한 일이었는데 꽤 잘되었다.
오프라인 전시회도 진행했고 굿즈를 팔아 수익화 실현까지 했다.
이 아이디어로 아시아 100대 벤처기업에 선정되었다. 상을 받기 위해 홍콩으로 떠났다. 축하받기 위해 참석한 자리였는데,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을 발견했다. “수상 현장에서 각 국가의 벤처기업을 만났는데요. 이들의 매출액과 서비스 규모에 놀랐습니다. 저희가 익숙했던 숫자에 0이 한두 개 더 붙더라고요.” 이들은 이용자 100만명도 많다고 생각했는데, 해외 창업가들은 몇천만명 단위의 이용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신선한 충격이었죠. 세계 시장으로 무대를 넓히기로 했어요.”
기존 서비스의 현지화를 시도했다. 영어 버전 플랫폼을 출시한 것이다. “동시 접속자 수를 확인했는데 1명 혹은 2명에 불과하더군요. 서비스 언어를 한국어에서 영어로 번역하는 게 능사는 아니었어요.” 글로벌 진출을 위해 필요한 요소는 무엇인가‘를 두고 팀원들과 고민에 빠졌다. 삽부터 떠보는 접근이 필요했다. “하던 서비스를 접고, 저희가 잘하는 IT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영역에서 재도전하기로 했습니다.”
실리콘밸리로 떠난 세 청년이 바지 주머니에서 발견한 것
2015년 초, 그동안 번 4,200만원을 들고 창업 멤버 3명이 함께 실리콘밸리로 떠났다. 에어비앤비로 숙소를 구하고 이케아 가구로 사무실을 꾸몄다. 출국 전에 챙긴 108개의 아이디어를 8개로 줄인 후, 일주일에 하나씩 개발해 보기로 했다. 그중 가장 시장 반응이 좋은 것을 택하기로 했다. 라이너는 그중 세 번째였다.